2025.05.10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  도시락 세 개  ♣

어머니 천당에는 자명종은 있나요? 

미래인증건강신문 관리자 기자 |

♣  도시락 세 개  ♣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여선은 수원과 여주를 오가던 협궤(挾軌)기차 노선 이름이다.

협궤 노선은 이외에도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수인선도 있었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어졌다.  

 

 그 기차가 내가 살던 이천을 지나는 시간이 아마 5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원에 있던 서울대학교 농대에 다니던 나는 아침 마다 이 기차를 타야 했다.

학교 기숙사인 상록사에 입주를 하면 좋지만 우리에게는

그 싼 서울대학교 기숙사비 조차 낼 형편이 못 되어 그 먼 길을 매일 통학을 했다.

하기야 구두는 한 번 사면 몇 달 신지만 운동화는 빨리 떨어져 실제는

구두가 경제적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한 번에 구두 살 돈이 없어 매 번 실제로는

더비싼 운동화를 신고 다녔었다. 

 

 어머니는 항상 따뜻한 밥을 해 놓으시고

잠이 쏟아지는 한참 나이에 자식을 깨워 밥을 먹여 보냈다.

나는 도시락을 세 개씩 갖고 다녔다.

새벽밥을 먹었지만 수원에 도착할 즈음인 9시에 나는 또 아침을 먹어야 했다.

뱃속에 거지가 서너 명은 있나 보다.

 

교실에서 아침 도시락을 먹는 것을 친구들이 볼까 봐

빈 교실에서 꾸역꾸역 아침을 먹던 생각이 새롭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당시 유행어를

애써 떠 올리며.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우르르 나오는 친구들이

정말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시에 우리 집에는 자명종 시계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한 번도 내가 기차를 놓지게 한 적이 없으셨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시간을 알고 밥을 하시고

시간에 맞게 나를 깨워서 밥을 먹여 보내셨을까?

신기하게만 느껴졌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을 당연하게만 생각을 했었다.

 

하루 종일 장터에서 국화빵 장사를 하시고 7남매 자식들과

주변머리 없었던 남편을 거두어 먹여야 하는 고달픈 생활을 매일 하시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쏟아졌을 잠을 어떻게 이기고

그렇게 정확히 매일 따끈한 새벽 밥을 먹이고 도시락을 세 개씩이나 싸서 보낼 수 있었을까?

 

그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정도로만 생각되었다.

나이 든 지금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렇다. 어머니는 그 시간 까지 잠을 주무시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참으로 못난 자식이다. 참으로 무지만 놈이다.

 

 어머니 천당에는 자명종은 있나요? 
없으면 내가 사 갖고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