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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우리 몸속 장기들은 건강할 때도 서로에게 의존하지만 아플 때는 더 크게 의존한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던 환자가 남의 대변이 든 알약으로 완치된다. 흡혈하는 거머리는 인류에게 항응고제 성분을 가져다주며 혈관 손상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이러한 시각은 인체와 자연이라는 별개의 탐험을 하나로 잇는다.

저자는 원래 의사가 될 생각이 없었다.

철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자연에 심취해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심 닿는 대로

버섯 등을 공부하던 호기심 많은 방랑가였다.

 

치열한 의료 현장에 발을 들인 것은 의학 공부와

자연 공부가 다르지 않다고 깨달으면서다. 

 

그의 눈에 장기들은 하나의 생물종처럼 고유한 생김새와 행동이 있었고,

여행지에서 봤던 생물들이 서식지에 살 듯 장기들은 몸속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 원형의 기억을 붙잡고 몸을 부분으로만 나누지 않으려 애쓰면서

몸속의 삶을 발견해나간다.

 

우리 몸과 삶은 부분의 총합보다 크다!
인체의 진실과 현대의학의 경계를 보여주는
몸과 세계, 의료의 틈새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국가들의 총합을 세계라고 부를 수 없듯,

장기들의 총합이 몸은 아니다.

전체는 부분의 총합보다 훨씬 큰 존재다.

 

이는 의사가 되기 전 오지를 누비는 탐험가로 살았던

저자가 인체와 의학을 대하는 관점이자,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니라면, 그 틈새를 채우는 건 무엇일까?

이 책은 ‘연결관계’라고 본다.

각 장기는 저마다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몸이 살아 있는 것은 이들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몸의 생태학’이라고 부른다.

 

책에 따르면 우리 몸속 장기들은 건강할 때도

서로에게 의존하지만 아플 때는 더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한 기관의 상태를 알기 위한 단서도

다른 기관 속에 숨어 있다.

심장과 폐는 우리가 뛰거나 오를 때 함께 빨라지고 함께 느려진다. 

 

신장과 간도 긴밀한 공생관계에 있다.

몸 바깥에서도 우리는 서로 의존한다.

때로는 혐오하는 존재가 우리를 구하기도 한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던 환자가

남의 대변이 든 알약으로 완치된다.

흡혈하는 거머리는 인류에게 항응고제 성분을 가져다주며

혈관 손상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저자는 인체가 부분의 총합보다 큰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은 늘 삶이었노라 고백한다.

 

의술의 본질이 우리 몸속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에 있다면,

의사는 탐험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여정이 담긴 이 책은 그 자체로 생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