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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진단] 해썹 유효성 평가, 형식에 갇힌 ‘실험’…식품안전 검증체계 흔든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기획진단] 해썹 유효성 평가, 형식에 갇힌 ‘실험’…식품안전 검증체계 흔든다


표준 부재·외주 의존·공정 불일치 실험…“실효성 중심의 제도 재정비 필요”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이하 해썹)의 핵심 절차 중 하나인 **유효성 평가(validation)**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효성 평가는 공정상 설정된 위해요소 통제 방법이 실제로 효과적인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실험 절차지만, 형식적인 문서 작성에 그치는 사례가 빈번해 제도의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효성 평가는 제품 종류와 공정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나, 현재 상당수 업체들은 인터넷에서 유사 보고서를 복사하거나 외주기관의 ‘기성 문서’를 활용해 실험 없이 문서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실제 제조 환경과 맞지 않는 평가 결과가 HACCP 인증 과정에 사용되면서, 제도가 현장 위생 개선보다는 행정 절차화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설비와 인력 부족도 실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중소 식품업체의 경우 실험실이나 분석 장비가 부족해 유효성 평가를 직접 수행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외부 실험기관에 의존하거나 실험 자체를 생략하고 형식적인 서류를 제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실험 설계 자체가 공정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다. 일부 업체는 살균공정 유효성 평가에서 **공장 실제 조건(예: 85℃ 30분)**이 아닌, **실험 편의를 위한 조건(95℃ 10분)**으로 실험을 대체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 제품에 대한 위해요소 통제가 과장되거나 왜곡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또, 병원성 미생물 대신 일반 세균으로 실험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과학적 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효성 평가의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식품군별로 세분화된 유효성 평가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유사 식품군에 적용 가능한 실험 설계 예시와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소업체도 실질적인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유효성 평가 실험 지원 플랫폼이 확대돼야 한다. 지역 식품안전센터, 대학 연구소 등을 활용해 장비를 공유하고, 전문 컨설턴트가 실험 설계를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위한 시범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나, 전국 확대와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셋째, HACCP 인증 심사 기준 역시 문서 보유 여부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실험 결과의 공정 적합성, 위해요소에 대한 실제 개선 조치 여부 등 실효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단순히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이 실제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도록 심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 A씨는 “유효성 평가는 HACCP 시스템의 근간이다.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통제점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며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인식 개선과 공공 차원의 지원 확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ACCP 제도의 핵심은 '과학적 검증'과 '지속적 개선'에 있다. 유효성 평가가 형식이 아닌 실천의 도구로 자리 잡을 때, 해썹 인증은 국민 식탁을 지키는 진정한 안전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