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기획점검] 해썹 '자체평가' 제도, 형식에 머무는 자기검열…안전 사각지대 우려
문서 위주·평가 역량 부족·후속조치 미흡…자체평가 실효성 강화 시급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이하 해썹)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자체평가’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류 중심의 점검, 평가자 역량 부족, 후속조치 부재 등으로 인해, 자체평가가 오히려 식품안전 사각지대를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해썹 인증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자체적으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이를 기록으로 보관해야 한다. 자체평가는 위해요소 통제와 위생관리 항목들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자체 진단하는 핵심 관리 절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인증 유지용 문서 작업에 그치는 행정 절차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업체들이 해마다 동일한 양식의 보고서를 복사하거나, 지난 해 평가 결과를 일부 수정해 제출하는 식으로 형식적 평가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서류는 갖추지만 실제 현장 점검은 거의 하지 않는다”며 “인증 심사에 필요한 문서만 준비하는 식”이라고 고백했다. 이처럼 자체평가가 ‘문서 채우기’로 전락하면서, 현장 내 숨어 있는 위해요소는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이다.
또한 자체평가를 수행하는 인력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위생관리자 또는 HACCP 팀원이 평가를 맡지만, 식품공정 분석이나 위해요소 진단 역량이 부족해 단순 점검 항목 확인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평가 자체가 ‘의무’가 아닌 ‘잡무’처럼 인식되는 조직문화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자체평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해요소나 공정상의 미흡점이 보고서에 적시돼도, 실제 개선 활동이 따르지 않거나 다음 평가로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해썹의 핵심 가치인 ‘지속적 개선’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평가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자체평가의 목적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실제 개선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에는 반드시 시정조치 계획이 연결되어야 하며, 후속 이행 여부까지 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업종별로 차별화된 자체평가 양식을 도입해, 위해요소 중심의 분석형 평가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순 체크리스트를 넘어, 해당 업종에 특화된 공정위험 분석과 개선 권고가 포함된 도구가 요구된다.
아울러 자체평가를 수행하는 위생관리자에 대한 실무 중심 교육 강화도 중요하다. 실질적인 평가 기법, 위험분석 사례, 개선 계획 수립법 등을 중심으로 한 교육 콘텐츠가 현장에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한 자체평가 체계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 리마인드, 통계 분석, 개선 추적 기능이 포함된 전자 평가 플랫폼을 활용하면 반복적인 문서 작업에서 벗어나, 실질적 개선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식품안전 전문가 B씨는 “자체평가는 외부 평가보다 훨씬 선제적인 위험 관리 수단”이라며 “현장을 진단하고 스스로 개선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해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HACCP 인증은 단지 제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식품안전을 지키는 문화와 행동이 뒷받침될 때 의미가 있다. 자체평가가 그 출발점임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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